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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자가 본 선무도

작성자
sunmudoland
작성일
2014-02-11 08:30
조회
2214
첫걸음

무탈하게 일상을 보내던 작년 초여름 우연치 않게 불교를 접하게 되었고 불법을 더 한층 배우고자
불교대학에 다니게 되었다. 이는 평소 무신론은 물론 종교에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해 오던 나에
게 있어서는 퍽이나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인연은 이에 그치지 않아 불교대학에 함께 재
학 중 이던 보살님으로부터 선무도를 배워보기를 권유받았고 망설임 없이 다음날 선무도 강남지
원을 찾아갔다.

어릴 때부터 몸이 허약체질인지라 땀나는 활동을 피할 수 있을 만큼 피하며 살아온 난 몸이 이미
망가졌다고 해야 할 정도로 뻣뻣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운할 정도로 굳어 있었기에 수련하기에
부적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니나 다를까 이곳에서 배우는 거의 모든 동작들은 쉬운
게 없고 신체 곳곳에 전달되는 통증은 이전까지 겪어보지 못 한 것들이었다. 다행인 것 은 수련으
로 찾아온 통증은 평소 쉽사리 아프거나 자주 담이 걸리거나 허약하다고 생각되는 부위 순으로 아
팠다. 때문에 몸의 통증은 계속되었지만 왠지 모르게 재미를 붙이고 있었다. 즐거우면서도 이상했
다. 이렇게 아프면 하기 싫은 게 정상인데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고 열심히 하면 아프
지 않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눈뜨면서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 틈만 나면 작은
동작하나라도 꾸준히 했고 수련시간이 일주일에 세 번뿐인 게 아쉬울 정도였지만 수련장에서 익
힌 선요가 동작들을 떠올리며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이동 중이거나 걷거나 모든 곳이 수련장이 되
어주었다.


수련 중 힘든 것은 사범님의 구령이 없이는 집중이 안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수련시간에는 구령
에 맞춰 동작을 펼쳤지만 혼자서는 집중이 안 되고 자꾸 딴 생각이 나서 호흡을 놓치는 경우가 다
반사였다. 이럴 때면 가르침대로 호흡에 집중하며 몸의 팽팽함을 유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
증은 온몸을 덮쳤고 출퇴근길에 잠깐 앉아 있는 것도 힘들었다. 가장 큰 걱정은 잠을 편안하게 못
잔다는 것이다. 자다가 두세 번 깨는 것은 기본 이고 아침에 이불을 걷고 일어나는 것도 힘에 부
쳐 아이고~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주위 도반들이 달리 보였다. 이 힘든 과정을 잘도 참고 지금
에 이르렀으니 대단하지 않은가. 열심히 해야지 하고 다시금 다짐을 한다. 언제까지 계속될 것만
같던 전신몸살기운도 백일정도가 지나자 수고에 보답하듯 통증이 차차 완화되어 일상생활에 지
장을 주지 않았다. 그 후 그냥 흉내만 내던 삼토식, 명상, 유연공, 오체유법, 지대체, 승형에 점차
집중해 갈 수 있었고 불가능할 것만 같던 호흡관찰도 서서히 알아차림으로 나타나는 횟수가 증가
해 갔다. 수련장에 들어올 때면 매번 보게 되는 아나파나사티가 다시 보이고 예전엔 미쳐 알지 못
했고 들어 보지도 못한 것들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고 자랑스럽게 여겨졌다.



돌이켜 보건데 처음 지대체를 배울 때가 생각난다. 호흡에 따라 서서히 진행되는 동작은 무슨 의
미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사실 선무도보다 선요가에 더 재미를 붙이고 있었기에 하기 싫은
마음이 자꾸 일어나 호흡과 상관없이 동작만을 따라 하기 일쑤였다. 장지르기와 발차기로 숨이
가뿔 대로 가뿐 상태에서 도저히 호흡에 맞추어 동작이 안 되는데 주위도반들은 손과 발이 진정
호흡과 일체가 되어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의구심이 일어 단순 동작만 흉내 내는 수준이었다.
실은 지금도 느리기만 한 행, 주 ,좌, 와가 무슨 의미인지 잘은 모르지만 반복할수록 뭔가 다른 느
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언제였던가 새로 온 도반이 나의 동작을 보며 따라하는 것을 발견했을
때는 우쭐하기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흉내만 내던 나의 모습을 누군가가 또 흉내 내고 있다니 조
금은 부끄러운 느낌까지 들 정도 였다. 어설프기만 해보였던 동작들이 점차 익숙해짐에 따라 호흡
과 일치시키려는 반복연습의 결과 호흡과 동작이 일치될수록 자연스럽다고 할까 편안하다고 할
까 간혹 한번 씩 느껴지기도 한다. 어찌 보면 선요가, 선무도의 동작 하나하나가 다 그런것 같다.
저 동작만큼은 안 될 거야라는 생각도 안 해 본건 아니지만 어느새 비슷하게 따라하고 중심이 잡
히지 않을 것만 같은 발차기도 어제보단 오늘이 조금은 나아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가끔은 지금
껏 살면서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왜 이제 서야 접하게 되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앞으로 더
열심히 배우고 익히고 반복하고 일생을 두고 게으름 없이 정진하고 싶다.

불교와 선무도는 나에게 찾아온 크나큰 선물이다. 나의 일생을 완전히 바꿔놓은. 반복되는 일상
에 많이 지쳐있었고 직장생활에서도 화를 내거나 짜증스런 어투는 일상화 되어만 갔다. 미소와 웃
음은 노출되어선 안 되는 것들로 꽁꽁 숨겨두다시피 하였고 사실 별로 웃을만한 일도 내게 일어나
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잡담을 하거나 TV를 보거나 잠깐씩 한번은 웃거나 떠들기는 했지
만 마음속은 공허하기 그지없었다. 항상 뭔가 많이 부족한 생활을 한다고 여겼기에 불만만 쌓여
가던 나에게 불교와 선무도는 너무나도 큰 행운이고 내 행위, 말투, 생각, 마음까지 송두리째 바
꿔 놓았다. 이는 내게 일어난 큰 변화의 시작이다. 기적이 있다면 지금 내게 일어나고 있는 것 같
다. 모든 것에 감사하다는 마음이 든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성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지도해 주
신 강남지원 채희걸사범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