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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도는 우리 가족의 건강 지킴이

작성자
sunmudoland
작성일
2014-02-12 10:59
조회
2520
선무도와의 만남
2004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에게 건강한 신체와 험한 세상의 지킴이가 될 만한 운동으로서 무슨 운동이 좋을까? 생각하던 중, 주위에 아는 분께서 선무도가 어릴 때부터 하면 몸과 마음을 수련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운동이라고 극찬을 하셔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운동하다가 다칠 염려도 적고, 명상을 하면서 집중력도 키우는데 좋다고 했다. 선무도를 추천해 주신 분은 직업이 경호원이었다. 태권도, 유도, 검도, 합기도 등 웬만한 격투기는 다 해본 분이라서 더욱 믿음이 갔다. 그런 분의 추천인지라 선무도에 대해 한번 찾아보리라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그즈음 택견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던 중 이었다. 우리나라 전통무술이면서, 부드러운 몸놀림이며 여러 가지 기술이 다양한 운동이고, 또 방송에 많이 소개되기도 해서 좀 더 친밀하게 느꼈다. 하지만, 선무도는 아직 생소했다. 그 분 말씀이 종교가 특별히 없거나, 불교이면 아주 적격이라는 것에 내 마음이 더욱 움직였다. 불교 전통무술이면서, 옛날 신라시대 화랑들의 심신수련으로,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와 승병들의 활약이 그 좋은 예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언젠가 TV에서 언뜻 본 듯도 한데 절에서 어린 아이들이 계단을 거꾸로 기어서 내려오고, 올라갈 때는 두 발로 한 계단, 한 계단 뛰면서 수련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내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 초등학교 입학한 아들에게 적합한 운동을 찾은 것 같으니 인터넷에서 어디서 선무도 수련을 하는지 찾아 달라고 했다. 종로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선무도 도장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당시 우리가 용산에서 살고 있었는데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다니기는 너무 멀어서 어떻게 다닐까 걱정도 되었지만 일단 시작하기로 했다.

어린 아들을 도장에 데려주고 데려 오는 엄마도 기왕 가는 김에 아들하고 같이 수련 하는 게 어떨까? 하고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도 "우두커니 한 시간 동안 기다리느니 같이 운동하는 게 났겠다." 했다. 운동을 유달리 싫어하던 아내가 아들 덕분에 선무도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모자가 선무도를 같이 하면서 두 사람의 대화는 온통 수련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듣다보니 도대체 무슨 수련을 어떻게 하기에 하는 궁금증이 일기 시작 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오늘 가서 뭐 배웠니?" 하고 질문하고 아들과 아내는 "오늘 이런 것 배웠는데 한번 따라 해봐요." 했다. 느린 동작을 보는 듯도 하고, 춤추는 것도 같기도 하고 이게 무슨 운동이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따라하려니 쉬운 것이 아니었다. 단순한 동작인데 따라 하려니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여기저기 쑤시기도 하고 땡기기도 하고, "내 몸이 이렇게 굳었구나!" 실감나게 하는 동작이 많았다. 몸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따라 하는 것이 어려웠다. 동작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호흡도 그에 맞추라니 "이거야 원! 힘들구먼!" 하는 생각이 절로 났다. 두 사람은 열심히 다니면서 점점 즐거움과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흘렀다. 동작들이 많아지고 좀 더 세련되기도 하고, 처음보다 몸도 유연해져 부러웠다. 가끔 따라 해보니 여전히 어렵기만 하고 몸이 굳었다는 것만 점점 더 크게 실감나게 만들었다. 용어도 생소했다. 삼토식, 영정좌관, 선 체조, 지대체 등. 장지르기, 장족앞차기, 육로, 두문형, 말도 어려웠다. 앞차기 지르기 돌려차기……. 이래저래 궁금한 것도 더 커져만 갔다. 어느 날 아내가 "당신도 한번 배워보지 그래? 우리가 가르쳐 주는 것은 제대로가 아니니 직접 사범님에게 배우는 것이 좋을 듯한데"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배울 수 있을까? 따라 하기도 어려울 텐데……. 하고 나는 망설였지만 내심 한번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 했다. 평소 건강에 자신도 없고 항상 약하다는 이야기만 들으면서 자란 나는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제대로 한 적이 없어서 더욱 망설여지기도 했다. 다리도 후둘 후둘 거리는 허약한 내가 할 수 있을까? 아내는 "몸치인 나도 하는데 뭐" 하면서 걱정 없다는 것이다. 온 가족이 같이 운동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궁금하기도 해서 선무도 수련을 시작 했다.

수련 하면서
"힘 빼세요. 힘" "힘을 왜 이렇게 줘요 누구 한 대 치려고 그래요? 힘 빼세요. 힘" 귀에 쟁쟁하게 들었던 말이다. 힘을 빼고서 팔을 어떻게 들 수 있을까? 팔을 들어 올리려면 힘을 주어야지 어떻게 힘을 빼라는 것인가 정말 혼란스러운 말들이다. "더 앉으세요. 좀 더 앉으세요. 자세를 낮추는 것이 좋습니다." 이럴 때마다 다리는 한겨울에 추위에 떨듯이 다리가 덜덜덜 떨렸다. 창피한 마음도 잠깐이고 오로지 다리가 아프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이것이 정말 수련인가보다 하는 생각도 들고 다른 사람들은 쉽게, 가볍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난 왜 이렇게 힘만 드는 것일까 하는 생각들이 수없이 스쳐 지나갔다.

발가락 운동을 하는데, 발가락을 움직이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발가락을 움직일 일이 없었던 탓인가. 이 단순한 운동에 온몸이 뻣뻣해지고 다리에 쥐가 나고 놀랍기도 했다. 모든 것이 힘들고 생소하고, 이런 단순한 동작도 따라 못하는 내가 실망스럽기도 하고, 이런 저런 생각 하다가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는 것이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조금씩 동작이 익숙해지고 체력도 좋아지는 것이 나는 기뻤다. 집에 돌아오면 아내나 아들을 붙잡고 어떻게 하는 동작인지를 묻기도 하고 해보이기도 하면서, 우리 가족은 만나면 선무도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런 시간이 나는 좋았다. 내가 기대한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같이 하는 운동, 취미 이런 것들이 가족의 화목의 큰 밑거름이 되리라 난 믿기 때문이었다.
"호흡과 의식과 동작을 일치시키는 것이 선무도입니다. 이것이 또한 수행의 길이기도 합니다. 한 자리에 앉아서 좌선을 하면서 화두로 수행을 하는 것도 있지만, 우리 선무도는 고요히 있는 가운데 움직임도 있고, 움직이는 가운데 고요함이 있어 의식이 동작과 호흡에 집중하면서 수행을 합니다. 성불의 길도 다른 게 아닙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점 선무도에 빠져 들어가는 내 자신을 보고 흐뭇했다. 길을 갈 때나 지하철에 우두커니 서 있을 때나 호흡에 집중하고 내 몸 구석구석에 집중하고 힘을 주었다 빼었다 해보았다. 틈나면 선무도 동작을 연습하면서 선무도가 나의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밤을 새워 일을 하고서, 선무도 도장에서 새벽 수련을 하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고, 땀 흘리고 난 후의 상쾌함이 찾아왔다. 온통 호흡과 동작에 집중하고 나면, 묘한 즐거움이 생겼다. 그러면서 점점 더 선무도의 매력에 빠져 들게 되었다. 1년이 지나고, 1단 심사를 보면서 내가 해 냈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꼈다. 처음 시작 할 때의 걱정은 사라지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무사히 해냈구나 하는 안도감도 밀려왔다.


선무도와의 재회
직장일로 시간이 안 맞아서 더 이상 선무도 수련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집에서 틈틈이 수련을 하면 되겠지 생각했다. 처음에는 시간 날 때마다 수련을 하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개인 수련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마음도 멀어져 언제 선무도를 했었던가 싶게 잊혀져갔다. 그러던 중에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늘 같이 수련하고 날 많이 도와주던 채희걸님이 선무도 사범이 되어서 집 근처에서 수련을 지도한다는 소식이 왔다. 늘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선무도 수행, 다시 하고 싶은 마음으로 변해서 2년여 만에 다시 수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막상 시작은 했으나, 모든 것이 생소하고 몸도 다시 굳어버렸고, 선무도 기본 동작들도 다 잊어버렸다.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조금씩 기억도 나고 몸도 풀리기 시작하면서, 옛날처럼 깊이 빠져드는 경험을 다시 하게 되었다. 시간 날 때마다 다리 벌리고 앞으로 숙이기도 하고 구르기도 하면서, 선무도는 다시 내 생활의 일부가 되기 시작했다. 한 동작, 한 동작 자상하게 가르쳐 주는 사범님 덕분에 연결 동작들을 하나하나 익혀가고, 하나의 형을 갖추어 가는 것이 눈에 보이니 가슴 뿌듯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점점 생활 속에 선무도가 녹아들기 시작했다. 길을 가도, 사람을 기다릴 때도, 시간만 나면 다리도 들어보고 한발로 균형도 잡아 보곤 했다. 남들이 보면 저 사람 뭐하나 생각 할지도 모르지만, 처음 선무도를 시작할 때의 내 모습으로 돌아 와 있었다.

새로운 도전
수련을 하는 동안 심신의 안정과 맑은 정신을 느낄 때마다, "참 좋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수련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그러던 중 사범님이 승단심사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다.
'수련 그 시간만으로도 행복하고 즐거운데, 굳이 승단을 해야 하는가? 승단이 중요한가' 하는 생각에서 쾌히 선뜻 그러마고 답을 못한 채 얼버무리고 말았다. 아들은 2단이고 얼마 안 있어 3단 심사를 볼 것이다. 아내는 2단이고 나는 1단 이다. 가끔 아들이 아빠는 1단이면서 하는 핀잔도 주고 은근히 단이 높음을 과시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단이 뭐 중요한가, 열심히 하면 돼지"하며 승단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었다. 아내는 "채 사범님이 추천해 주시니, 기회가 있을 때 2단 심사를 보세요." 하며 나에게 심사를 보기를 권했다.
심사를 본다는 마음이 생기자 수련에 좀 더 신중하고, 자세나 마음가짐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 했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창피하지 않을 만큼은 해야 되는데 하는 욕심도 생기고, 정말 많은 생각들이 들고 나가고 했다. 욕심이 점점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알아차리니 그저 우습기만 했다. 아! 이래서 사범님이 심사를 보라고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한번 해 보는 거야. 이번 기회에 한 차원 더 높은 도약을 하는 거야" 이렇게 자신을 위안하면서 심사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마음을 정하니, 복잡한 여러 생각들이 사라지고, 편안하고 그저 심사에 집중하게 되었다. 부드러우면서 강하게 손 끝, 발 끝 까지 기운이 실리게 자세를 가다듬고 호흡을 하며 자세를 만들어 가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한 동작, 한 동작 완성도를 높여가며 심사 준비를 했다. 어설픈 동작들이 조금씩 자세가 좋아지고, 몸에 힘도 생기는 것을 느낄 때마다 묘한 쾌감도 느꼈다. 발전해 가는 내 모습도 좋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심사 때 표현하리라 생각하니 떨리는 마음도 조금은 가라앉는다.

변화하는 나의 모습
가끔씩 명상을 하면서, 마음의 동요를 줄이고 긴장을 해소하던 나는 선무도를 하면서, 가만히 앉아서 명상을 하는 것보다 호흡과 의식에 맞추어 동작을 하면, 더욱 집중하기 쉽고 몸이 이완되고, 경직된 몸을 풀어주기도 해서 더욱 효과적이었다.
"나이에 비해 몸이 참 유연하시네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몸이 부드러우세요."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연습하면 누구나 됩니다." 하는 나를 볼 때면 신기하기도 하다.

요즈음, 수영을 하면서도 팔의 움직임임이나, 다리의 위치, 몸의 자세를 의식하면서 영법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수영 실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물 위에서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몸에 힘이 들어 있는 부분을 의식할 수 있었다. '아! 여기에 힘이 들어갔네. 힘을 빼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수영을 하니, 선무도에서 배운 힘 빼는 연습이 수영에서도 잘 활용이 되어 부드럽게 수영할 수 있게 되었다.
언제 어디서나 호흡에 집중하고, 내 몸의 자세에 의식을 두고 신체의 여러 감각들을 문득문득 알아차리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일상에서의 수련을 하려 한다.

감사의 말
7년 동안, 싫다 소리 안하고 먼 길을 다니면서 수련하고 있는 아들이 참 대견스럽다.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 혼자서 수련을 할 마음이 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아들의 성장을 바라보고 있다. 평생 아들의 동반자로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선무도가 되기를 바란다.
2단이 되고서 선무도 수련을 그만 둔 아내와도 평소에 같이 수련하면서 건강한 생활인이 되었으면 한다.

사실, 나는 아주 안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1급 시각장애인이다.
시각장애를 가진 내가 선무도 동작을 따라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나를 선무도를 배울 수 있게 이끌어 주고, 동작 하나 하나, 일일이 가르쳐주시며, 선무도와의 인연을 다시 맺어준 채 사범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사범님의 꿈인 선무도 랜드의 밑거름이 되는 씨앗들이 많이 싹트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