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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터닝포인트가 된 선무도

작성자
sunmudoland
작성일
2015-11-21 22:46
조회
1749
선무도를 만나기까지

선무도를 만난 지 일 년이 되었다. 고작 수련 일 년 가지고 느낀 점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하겠지만 선무도와 함께한 나의 일 년은 어떤 시간들보다 값지고 의미가 크다.
나는 불자도 아니고 운동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다. 헬스나 요가정도를 잠깐 했었지만 3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그래서 더더욱 선무도를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동안 나는 변변한 취미하나 없이 바쁘게만 살아왔다. 그러던 몇 년 전 건강이 안 좋아졌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내 몸이 나에게 몸 좀 돌봐달라며 여러 차례 신호를 보내온듯하다. 그러나 나는 이 신호조차 알아채지 못하고 가볍게 여기고 말았던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내 자신이 붙잡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변화하고 싶었다.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다간 건강도 나도 없을 거 같은 두려움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의 예민한 성격도 바꾸고 싶었고, 나의 삶의 목표가 아닌 목적도 다시 찾고 싶어졌다.
제일먼저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음식에 신경을 쓰고 주말마다 남편과 휴양림을 찾아다니며 산과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마음이 불안해지면서 불면증이 생겼다. 잠을 못 이루는 날이 지속되자 주변에서 명상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아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있던 중에 알고 지내던 동생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선무도를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명상도 같이 한다는 말에 관심이 갔다. 6개월 등록 후 수업에 빠지지 않기로 내 자신과 약속을 했다. 그렇게 선무도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선무도를 만난 후 삶의 변화

1) 몸의 변화
선무도를 접하고 처음으로 느꼈던 것이 땀이 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나는 대표적인 소음인체질로 땀이 잘 안 나고 몸이 찬 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장 지르기를 비롯하여 영동입관, 승 형을 하면 몸에 열이 나면서 땀에 도복이 젖는 것이다.
땀이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날엔 수련에 집중한 나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두 번째 변화는 불면증의 회복이었다. 불면증을 고쳐보려고 병원도 찾아갔지만 의사가 해줄 수 있는 건 수면유도제 처방뿐이었다. 행여나 수면유도제에 의존할 것 같아서 아주 심할 때만 먹고 일부러 더 버텼다. 어느 날 눈을 감고 있는데 우리 도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넓진 않지만 공간이 주는 편안한 분위기와 명상음악이 귀에 맴돌았다. 나는 다시 일어나서 생각나는 대로 몇 개의 동작들과 영정좌관을 해보았다. 그렇게 선무도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기할 정도로 잠이 들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불면증은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세 번째의 변화는 유연성이다. 다른 도반들에 비하면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유연성이 떨어지지만 내가 느끼는 내 몸의 변화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느껴진다. 처음엔 삼토식을 한 후 잠시 명상하는 시간에도 다리가 저려서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나의 몸이 나무토막처럼 뻣뻣했던지 등 구르기만 해도 척추뼈 부분의 등이 까지는 일도 여러 차례 있었다. 얼마나 운동을 안 하고 살았는지 새삼 나의 몸에게 미안함까지 느껴졌다.
또 브릿지 자세가 안 되서 나는 바닥에서 팔을 들지 못한 채 머리만 대고 있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나도 모르게 머리가 바닥에서 뜨고 두 팔로 내 몸을 지지하고 있었다. 선무도를 시작한지 7개월이 되던 첫날이었다. 내 몸이 마치 브릿지를 허락해주기라도 한 듯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 내 몸의 변화를 직접 보니 재미도 있어서 이때부터 나는 수련일지를 기록하게 되었다. 이렇게 브릿지의 성공은 내 몸을 더 관찰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선요가와 선무도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내 몸이 조금씩 변화함을 느낀다.
하나의 동작을 완성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곧 하나씩 완성하는 동작이 내 몸에서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2) 마음의 변화
선무도의 장점은 몸을 통해 마음을 본다는 점이다. 어쩌면 선무도를 통한 마음의 변화에 내가 더 매료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완벽주의적인 성격이었다.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고 뭐든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늘 내 자신을 스스로 들볶았던 것 같다. 그러니 스트레스는 많아지고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프고 나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너만 생각해, 이제 다 내려놔”였다.
말이 쉽지 뭘 어떻게 내려놔야 하는 건지 방법은 말도 안 해 주고 내려놓으라는 말만 던져주고 가는 사람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나를 바꾸기 위해 변화는 하고 싶은데 방법은 모르겠고 답답함의 갈증이 시작되었다.
그러던 중 선무도 수련 마지막에 법사님께서 해주시는 말씀이 내 마음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법사님 말씀이 머리로 왔다가 다시 나가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내려옴을 느꼈다.
‘나를 알아차리라’는 말의 뜻을 알게 되었다. 나의 몸과 마음의 변화를 보라는 말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오롯이 나의 몸과 마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에너지를 바깥에 쏟는 것이 아니라 내안으로 모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에도 신중해졌다.
어느 순간, 내가 알고지낸 주변사람들이 조금 다른 각도로 보였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내면서도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점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다. 같은 책을 보아도 이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너무나 큰 의미의 말들이었구나.. 왜 이걸 이제야 알게 된 거지?
사실 이제야 알게 됐을까? 가 아니라 이제라도 알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는 선무도를 하면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면 누구보다 의미 있고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왠지 모를 자신감까지 든다. 그래서 내 앞으로의 인생이 무척 궁금해진다.

내면의 힘을 키워 마음의 중심을 세우다

도장 문을 열고 들어오면 “심신일여(心身一如)”라는 한자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오랜 시간 나는 정신(마음)이 몸을 지배한다고 믿어왔다.
서론에서 말했듯이 명상을 같이한다는 말에 선무도를 시작한 것처럼 나는 명상을 통해 마음을 다스려야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뭔가 마음이 잡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경험해보니 오히려 몸이 먼저라면 먼저지 결코 정신이 몸을 지배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건강한 몸이어야 건강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선무도를 체험하면서 나는 마음의 근기가 강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촛불로 비유하자면 이전에는 심지가 약해서 바람이 살짝만 불어도 불씨가 꺼질듯 말듯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는 불씨를 만들어 그을음 없는 건강한 빛을 주변사람들에게까지 환히 비출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러려면 끊임없이 나를 바라보며 수행해야 할 것이다.
오늘도 수련마지막에 합장인사를 할 때면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수련시간동안 진정 최선을 다했느냐고.. 앞으로도 이 마음이 변치 않길 바라며, 내 인생에 깨달음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선무도를 지도해주시는 채희걸 법사님과 박평윤 법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