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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자 그리고 선무도

작성자
sunmudoland
작성일
2015-11-21 22:49
조회
1667
표면상 평온한 일상의 연속이다. 그런데 원인모를 이 불안감과 초조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눈을 감아본다 잠시 안정을 찾지만 눈을 뜨면 금세 불안감과 초조감은 나와 함께 있다. 오늘도 내 자신에 무릎 꿇는다. 그런 모습에 또 좌절한다. 이러한 절망과 불안은 하나의 에너지가 되어 나를 선무도로 이끌었다.

처음 수련하는 날 법사님은 나를 거울 앞에 세웠다. 그리고 팔을 최대한 천천히 수평이 되도록 들어 올려 보라한다. 눈을 뜨니 팔은 엉뚱한 방향을 향해있고 자세 또한 뒤틀려있었다. 그것이 시작이였다. 1년 남짓 수련을 해오는 동안 수련하고 나면 귀가 먹먹해지고 전신의 기가 빠지는 듯 했다. 다음날이면 전신근육통이 동반되며 컨디션이 엉망이였다. 내 몸이 이 정도로 나빠져 있구나 하고 이 정도는 참을 만 했다. 아니 좋아질 수 있겠다는 희망이 더 컸다. 그런데 나를 정말 힘들게 하는 것은 수련과 함께 찾아온 온몸의 열기였다. 이 허열은 쉽게 머리로 올라 나를 괴롭혔고 일상생활을 하기에도 어려움을 줬다. 앞이 보이지 않는 자욱한 안개속을 걷고 있는 심정이였지만 사람마다 몸과 마음이 다르듯 그 시작점이 다르므로 이 증상도 나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내가 경험한 선무도는 그 체계가 워낙 방대하고 그 안에 품고 있는 진리 또한 심오하여 그 형상조차 파악키 어렵지만 그 부분 부분이 진리에 이르는 전체이면 그 전체 또한 그 부분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듯하여 그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못해 신비롭다는 생각까지 든다.

경험상으로, 어떤 일을 행함에 있어서 세 가지 마음이 있어야한다. 초심, 열심, 뒷심이 그것이다. 나를 돌아보면 뒷심이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그러나 선무도 수련에 있어서는 초심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심사를 계기로 1년 남짓한 수련과정을 돌아보고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싶다.

몸에 무릎 꿇다
수련을 하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증상들, 몸의 열기로 인한 피부발진 그리고 근육통을 동반한 컨디션난조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어 수련시간에도 건성건성하게 되고 종종 수련을 빼먹기도 하였다. 이러한 증상이 지금까지도 지속되는 것도 어찌 보면 육신의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몸에 꺼들려 몸의 한계를 넘지 못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생활 속에서도 스스로 정해놓은 한계에 자신을 가두고 항상 좌절하는 나를 발견한다. 수련에 정진하지 못하는 이유가 내 자신이 몸에 지배당해 마음도 의식도 내가 정한 몸의 한계에 머물려있기 때문인 듯하다. 결국 그 해결책도 내 자신임을 한 번 더 되새겨본다.

선무도에서 길을 보다
삼토식을 시작으로 선요가나 선체조를 먼저하고 기본공으로 비회공, 장지르기, 발차기을 하고 나면 본수련인 지대체인 행․주․좌․와 그리고 일승형을 연습하고 마무리수련으로 영정좌관으로 수련을 마무리하게 된다.
선무도 수련을 얼핏 보면 다른 무술같이 몸을 쓰는 동적인 수련인 것만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작에 마음과 호흡이 조화를 이루고 이러한 조화 속에 매순간 깨어있어 내 자신을 알아차릴 수 있을 때 진정한 선무도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나로서는 아직 기초수련이 부족하고 마음에 걸림 또한 큰 상태라 에너지 소비가 많은 일승형은 그 진면목을 알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부족하나마 지대체나 영정좌관을 할 때, 평안한 마음으로 동작과 호흡을 하고 나면 온몸에 은근한 땀이 흘려 몸과 마음이 상쾌해짐을 느낀다. 어느 때는 일순간 동작을 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도 망각한 상태를 간혹 경험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면 몸과 마음의 걸림이 없는 환희를 경험한다. 몸과 마음의 자유를 잠시나만 느끼는 듯하다. 이러한 순간이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지만 수련을 통하여 몸과 마음의 근육을 키우면 종국에는 완전한 자유도 얻을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가져본다. 처음 선무도 수련을 하면서는 이생에서 마음공부의 방향만이라도 잡을 수 있다면 족하다는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조금 더 욕심을 내어도 되지 않을까?

“00님, 힘을 빼세요.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몸을 보면 그 사람 마음상태가 다 보입니다.” 수련을 하면서 너무 많이 들어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법사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내 몸을 살피게 된다. 이 말을 들을 때면 ‘누가 모릅니까?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속으로 말해보지만 이미 내 몸은 내 말을 듣지 않고 있다. 힘을 빼야지 하는 의식을 가지고 수련을 해도 동작을 하려면 힘이 들어가고 힘을 빼고 동작을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힘 빼는 데만 3년이 걸려요” 의기소침한 나를 살피고 그 만큼 어렵고 중요한다는 말을 하신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일이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려가고 나서야 ‘아 내가 너무 힘이 들어갔구나!’하고 깨달을 때가 대부분이며 사실 몸에 힘이 들어간 상태에서는 일의 성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흔하다. 이러한 내 모습을 한 번 더 인식을 하는 것으로 만족하면 스스로를 다독거리고 싶다. 몸은 마음의 거울이라고 한다. 마음에 걸림이 없어야 몸의 걸림이 없고 몸의 걸림이 없어야 호흡도 조화를 이루게 된다. 결국 선무도에서 말하는 몸과 마음과 호흡의 조화를 통하여 완전한 자유를 얻는 길이 여기에도 있는 것같다. 선무도를 통해 내 자신을 좀 더 자각하게 되고 그 인연으로 불교를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통로가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마직막으로 이 글을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이다. 법사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여기까지도 오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 몸을 보면 마음이 다 보이는 것 같다. 마음이 흔들릴 때면 어김없이 먼저 말을 거신다. 그 에너지를 받아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법사님께 감사드리고 같은 길을 가는 도반이 있음에 감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