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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도 수련일지 6

작성자
sunmudoland
작성일
2016-05-17 17:06
조회
1487
선무도 수련일지 6


2016년 4월 22일 금요일

어제 출근길부터 콧물이 좀 나오긴 했으나 이게 감기가 아니길 바라며 하루를 지내보니 감기가 된통 걸려버린 듯하다. 자고 일어나서도 몸이 무겁고 이불에서 나오기가 싫었던 오늘, 일을 마치고 도장으로 가기보다는 집에서 쉬는게 낫겠다 싶은 마음이 계속 들었다.
금요일인 오늘은 지대체 수련을 하는 날이다. 체력이 아주 떨어지지는 않았으니 수련을 가자고 마음먹고 결국은 도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근래에는 오체유법을 하면 몸이 의도대로 잘 따라와 주지 않았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호흡도 깊어지고 그래서 동작도 잘되는 것 같았다. 아마 감기 때문에 그런지 숨을 쉴려고, 다시 말해 살기위해서^^ 몸이 좀 더 깊은 호흡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해보는 금강지르기로 몸을 가볍게 풀고 본 수련은 지대체 행를 시작으로 천천히 몰입해 들어갔다. 하루종일 콧물이 나서 힘들었는데 고요히 몸을 움직이다 보니 상태가 낮보다는 좋아진게 느껴진다.

지대체 수련이 끝나고 입관수련이 이어졌다.
입관은 영동입관과 영정입관으로 나눠진다. 먼저 영동입관을 시작으로 수련이 진행되었다. 호랑이자세를 위해 온몸에 힘을 빼고 숨만 깊이 들이쉰다. 늘어뜨린 경추가 편안하다고 느껴졌다. 그 상태에서 호흡을 멈추고 손끝 발끝을 세우고 경추를 세워 시선을 정면으로 두기에는 내 상부 흉추가 아직은 좀 굳어 있다. 팽팽하게 당겨진 오금이 한계점까지 갔다가 내쉬는 숨과 함께 풀린다. 동작을 단지 몇 번만 반복했을 뿐인데 전신이 집중적으로 수축과 이완이 일어난 것 같다. 역시 영동입관은 단순한듯 하지만 쉽지 않은 동작들이다.
동을 했으니 이번에는 정, 영정입관을 할 차례다. 법사님을 따라서 동작을 천천히 따라해 본다. 사실 오늘 내가 도장에 와서 이루고자 한 작은 목표하나는 온 몸에 긴장을 내려놓고 싶었었다. 감기 때문에 목이 깔깔하고 머리도 무거웠고 퇴근때 쯤엔 몸의 긴장이 많았기에 도장에서만은 쓸데없는 힘을 다 내려놓고 편안해지고 싶었던 것이다. 영정입관을 한동작 한동작 하는동안 편안한 느낌과 함께 긴장된 내 마음도 내려놓아지는 듯 했다. 아플 땐 휴식이 필요하다. 영정입관은 스스로에게 치유의 시간을 주는 것 같다.
명상이 그저 가만히 앉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선무도의 꽃이라 할수 있는 이 영정입관처럼 서서도 할수 있는 것이며 일상생활을 할때도 조용한 환경, 집중할수 있는 시간, 속을 번잡하게 하지 않도록 강한 맛이 덜한 음식의 섭취 등이 필요하다고 법사님께서 조언을 하신다.

수련이 모두 끝나고, 그때 쯤 감기에 대한 생각과 느낌은 웬만큼 잊어버린 상태가 되었다. 강성주님이 집에 갈 채비를 하는데 요즘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의 기억이란 따지고 보면 이미 기억되어 있는 것들과 차이가 있는 것들을 새로운 기억으로 받아들여 저장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만약 늘 같은 것을 반복하고 살게 되면 일상이 별 차이가 없기에 우리는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낄수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당연히 나이를 먹을수록 더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새롭게 받아들이고 배우고 경험하고 늘 새로울 수만 있다면 일상이 지루하게 반복된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삶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고 느낄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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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입관 때의 그 편안함만큼이나 요즘 내 마음을 치유하는
제주도 소년 연준이가 노래한 바람의 빛깔. 가사도 너무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