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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0회 승단심사( 21. 11, 6 ~ 7 ) 3단 승단 후기 - 선무도는 나와 마주하는 일

작성자
sunmudoland
작성일
2022-03-18 17:25
조회
318
선무도는 나와 마주하는 일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 드라마 <도깨비>

그래요.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도장에 가기가 싫었죠. 누구는 1단 승단 때까지가 제일 재밌다고 그러던데, 저는 이상하게도 하루가 저물 무렵이면 ‘오늘 도장 가는 날인데...' 하면서 머릿속으로 도장에 안 갈 핑계를 더 많이 찾았던 것 같아요.

물론 어느 때는 정말 바빠서 혹은 몸이 안 좋아서 갈 수 없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그렇게 해서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1단 승단을 할 때가 왔고, 정말 그때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1승형을 했더랬죠. 저는 지금 생각해도 1단 승단 때까지가 제일 힘들었던 같아요.

“정하 님은 수련한 지 얼마나 됐어요?”
“저요? 잘 모르겠어요.”

맞아요. 제가 도장에 그래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빠지지 않고 나왔던 것은 1단 승단 이후였던 것 같아요. 저는 1단 승단 후에 배우는 2승형 전반부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아직 1승형도 어렵지만, 이상하게도 2승형 전반부를 하면 제가 무술 영화에 나오는 사람처럼 굉장히 멋져 보이는 착각을 일으키거든요.

“법사님께서 승단 보라고 하면 아무 생각 말고 그냥 봐요. 그래야 3단 수업에 나올 수 있잖아요.”

2017년 가을, 2단을 보고 올해로 4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였어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늘 함께 수련했던 금화 님이 3단 승단을 올봄에 먼저 하시고, 제가 올해에도 3단 승단시험을 볼까 말까 망설이자 4단이신 영섭 선생님이 그냥 보라고, 보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그럴까 했는데 아뿔싸, 올해는 코로나 19 영향인지 3단 승단 응시자가 저 혼자 밖에 없다는 거예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제가 무슨 드라마 여주인공도 아니고 이런 시련을 저에게만 주시나’ 하며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올해는 2단 응시자가 없습니다. 3단 응시자 이정하 앞으로 나오세요.”

네?! 1단에 응시했던 저의 딸 진주가 방향을 헤매는 바람에 온 정신이 그리로 가 있다가 무사히 끝나고 난 다음이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이 2단 시험을 치를 때 숨 좀 고르려고 했단 말이에요. 그런 저의 생각은 저 멀리 달아났습니다.

그리곤 저 혼자 앞으로 나가서 내회족, 외회족, 동, 정, 2승형 전후반부를 했습니다. 기본공인 내회족, 외회족 그리고 지대체인 동, 정을 할 때는 발에 땀이 나서 힘들었는데, 2승형 전후반부를 할 때는 긴장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탕탕’ 튕기는 마룻바닥 소리를 벗 삼아 2승형 전후반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도 그렇지만 2단 승단 후 힘든 일이 있으면 도장에 더 나가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법사님께서 수련 후 해주시는 말씀이 쏙쏙 귀에 잘 들어왔어요. 이번 주에도 “살면서 어떤 기회가 있으면 이것저것 재지 말고 그냥 하라”고 하셨어요. 잘하든, 못 하든 나 자신을 보여주라는 말씀이셨어요.

그 말씀이 더 와닿았던 것은 저도 이번 3단 승단을 준비하며 도장에서 승급심사를 보면서 '선무도는 그 누구도 아닌 나와 마주하는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죠.

“제가 방배동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있어요. 선무도 도장이랑 한살림 때문에 그래요.”

주변 사람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 이렇게 말하곤 하는데요. 앞으로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불 때, 그리고 꽃이 필 때도 늘 지금처럼 기쁜 마음으로 도장에 나갈게요.

팔, 다리가 따로 놀고, 만날 앉아서 자판만 두들겨 대는 생각 많은 저를 머리보다 몸을 쓰게 만들어주신 채희걸 법사님과 박평윤 법사님 그리고 늘 함께 땀 흘리며 수련해주신 도반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