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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심신 조화 이룬 ‘금강영관’, 무술 초월해 깨달음 향하다

작성자
sunmudoland
작성일
2014-11-15 06:01
조회
1929
경주 골굴사 주지 적운 스님이 맨발로 무대에 섰다. 정적이 흘렀다. 호흡을 가다듬은 스님은 느리지만 분명하게 기본 동작을 이어나갔다. 자유자재하게 손발을 움직이며 이완과 집중을 반복하던 스님은 순간적인 큰 호흡으로 공중에 몸을 띄웠다. 객석에서는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5분간의 짧은 시연은 강렬했다. 그것은 보이기 위한 무술이 아니라 불교 무술이라는 새로운 수행법으로 이어 온 30년 포교 역사가 동작 하나하나에 오롯이 녹아 있었기 때문이리라.
범어사 양익 스님 창시한 선무도
제자 적운 스님 1984년 대중화
10월25~26일 포교 30년 법석
기념 학술대회·무예대회 개최

국내외 수련생 모여 무예 솜씨 선봬
전국서 12개 무술단체 고수도 참가
원효성사 화엄종 불사 회향 타종도

하지만 무엇보다 선무도가 빛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한국의 12가지 전통 무술과 ‘더불어’ 각각의 무예를 존중하고 격려하면서 ‘독보적’이기보다는 ‘화합’을 지향했다는 점이다. 천 년 전 원효대사가 ‘화쟁(和諍)’을 염원했듯이 말이다.

한국 전통무예 고수들이 선보이는 무술의 진수를 만나는 법석이 경주 골굴사(주지 적운 스님)에서 열렸다. 10월26일 경내에서 마련된 제12회 화랑과 승군의 후예 전통 무예대회는 어느 해보다 의미가 남달랐다. 골굴사의 세속 포교 30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무예대회를 위해 한국전통무예총연맹 소속 12개 무술단체 고수들이 전국 각지에서 골굴사를 찾아왔다. 뿐만 아니다. 일본에서 동아시아 전통무예를 익히고 있는 태산무예연구소, 골굴사에서 선무도를 배우고 세계 각지에서 수련장을 운영하고 있는 5개국 선무도 사범과 수련생들도 오랜만에 함월산을 찾았다.

고수열전이나 다름없는 이 자리는 오히려 경쟁보다 존경과 화합이 우선이었다. 아무리 무공이 깊다 해도 서로의 기량을 비교해보고 싶을 것이고, 대중 앞에서의 시연이 떨릴 법도 한데 대회에 참가한 모든 팀들은 무대 위에서나 무대 밖에서나 한 결 같이 진중했다. 다른 무술팀을 보고 있을 때도 직접 시연을 할 때도 흐트러짐 없는 눈빛에서 서로를 얼마나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마주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렇다보니 무예인들이 선보이는 무대마다 객석에서는 열렬한 박수가 쏟아졌다. 외국인들 캠코더는 쉴 틈 없이 무예를 담고 있었다. 무인들의 열정적인 시연을 보고 있자니 가슴 속이 텅 비는 것처럼 후련해졌다.
적운 스님은 1980년 3월 불교 금강영관 연수원 3기를 수료했다. 불교 금강영관은 한국불교 역사에서 오랜 세월 전승되어 온 불가의 수련법을 범어사 청련암 양익 대종사가 체계화하고 창시한 불교 무술이다.
이후 적운 스님이 1984년부터 포교를 시작 1985년 10월 대금강문을 개원하고 지금까지 ‘선무도’라는 이름으로 금강영관을 현대인들에게 알린 지 30년이 흘렀다. 재단법인 선무도 대금강문 설립, 사단법인 세계선무도총연맹 설립 등 적운 스님이 관심을 둔 것은 밖으로는 불가의 무예를 대중화하기 위한 노력이었고 안으로는 원효 대사의 가르침을 선무도로 풀어내는 것이었다.

골굴사는 무인들과의 교류와 화합도 지속했다. 1998년 결성된 한국전통무예총연맹(총재 박사규)은 선무도를 비롯해 기천문, 24반 무예, 택견, 회전무술, 한무도, 영가무도, 무의단공, 풍류선도, 합기선 등 10개 무술단체가 가입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 가운데 2001년부터 시작된 화랑의 후예 전통무예대회는 골굴사의 역할이 컸다. 서로의 기량을 대중 앞에서 선보이면서 탁마의 시간을 이어 온 덕분에 다른 무술인들에게도 최고의 수련장으로 손꼽힌다. 연맹에서도 무예대회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안수 택견보존회 회장은 “골굴사에서 무술 시연을 하면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심신의 수행이라는 생각이 더 크게 작용한다”며 골굴사 무예대회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특히 골굴사는 선무도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국내외를 막론하고 언제든지 입문부터 사범의 길까지 배울 수 있는 교육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외 유수 무술 단체들이 단기 수련을 희망할 경우 적극적으로 유치해 온 덕분이다. 뿐만 아니다. 함월산 자연 환경과 더불어 외국인 수련생들을 위한 배려가 도량 전체에 자연스럽게 깃든 덕분에 템플스테이 명소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골굴사에서 6년간 수련 후 노르웨이에서 수련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스베인 이바 링헤임 법사도 수련생들을 위한 배려에 감사를 표현했다. 이번 무예대회를 위해 오랜만에 골굴사를 찾아 온 그는 “골굴사는 마음의 고향이다. 동양 무술은 말 보다는 동작을 배우는 것이기에 서양인들에게 관심 대상이다. 특히 선무도는 몸과 마음의 조화로 내면의 평화를 함께 체득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국적을 초월한 수련생, 무예의 벽을 넘나드는 교류를 통해 화쟁을 실천하고 있는 골굴사의 포교가 더 널리 세상에 전해지길 발원하는 의미가 담긴 불사가 이날 무예대회에 앞서 진행됐다. 골굴사 입구에 종각을 세우고 원효성사 화엄종을 내건 것이다. 종각 낙성식 및 타종식은 골굴사의 25년 중창 불사의 경과를 돌아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불국사 회주 성타 스님은 기념법어에서 “화랑의 후예라는 사명으로 전통 무술인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펼치는 모습 또한 화합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겨 온 불가의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욱 적극적인 포교 활동을 펼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범종 타종식 및 전통 무예대회 하루 전날인 10월25일에는 선무도 세속포교 3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도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는 범어사 청련암 양익 스님의 불교 금강영관을 근간으로 하는 불교무술 선무도의 학술적 가치와 현대적 포교를 조명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 학술대회에서는 선무도가 불교학과 역사적 기반을 탄탄히 갖춘 것은 물론 마음치유 및 신체 단련과 현대 문화콘텐츠의 모든 측면에서 가치 있는 수행법이라는 점에서 뜻을 같이 했다.

원효 대사의 열반지로 알려진 골굴사. 이 도량에서 적운 스님은 지난 30년의 모습처럼 앞으로도 한 결 같이 화쟁 사상의 실천을 염원하며 선무도를 전파해 나갈 것이다. 무예대회의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대회 참가자 전원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무대에 모였다. 스님의 가르침이 범종 소리에 실려 전 세계로 널리 널리 퍼져 나가길 바라는 사부대중의 염원이 무술인들의 기합 소리에 실려 함월산 자락을 쟁쟁하게 울리고 있었다.

경주=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