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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도가 내게 가르쳐 준 것

작성자
sunmudoland
작성일
2022-03-18 17:57
조회
281
1단 2단 3단, 단이 올라감에 따라 내 모습을 의식하기 시작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 점점 느껴졌습니다.

단이 주는 중압감이라고나 할까 그냥 수련만 하면 좋으련만 단이 올라갈수록 더 잘해야 될 것 같고 더 멋있게 보여야 될 것 같고 더욱 유연해야 할 것 같고, 이렇게 남을 의식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수련이 깊어갈수록 좀 더 세밀하게 감정들이 더욱 선명해지고 그 원인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좋고 싫음의 감정이 순간적으로 일어났다 사라지고 두려움과 불안이 일어났다 사라지고 전에는 의식하지 못할 짧은 순간의 화가 남도 알아차려집니다. 알아차림과 동시에 사라지는 느낌들. 이것이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깨어있는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시력이 약해서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없고, 가고 싶은 곳도 내 마음대로 갈 수 없어 항상 불만이 많았습니다. 친구들의 놀림으로 마음이 많이 아팠던 나는 항상 자유를 꿈꾸고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갈망하였습니다. 그런 내가 선무도를 만난 것은 행운입니다. 선무도는 내게 자유와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해서 건강한 신체를 동경하던 나에게 건강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건강한 신체 행복한 마음 게다가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얻게 해 준 것이 선무도입니다.

<중략>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일상생활이 되었습니다. 집중하다 보면 성내는 마음 우울한 마음, 기분 나쁜 일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강도가 약해지고 지속 시간이 짧아지는 체험을 하면서 행복의 순간들이 점점 늘어 갔습니다.

선무도 수련이 깊어짐에 따라 몸과 느낌과 마음을 관찰하고 알아차리는 힘이 점점 길러지고 멈추어 바라보는 시간도 늘어나고 그러면서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해지는 체험을 하였습니다.

나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잊고 살다가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걱정과 두려움. 그것은 “눈이 전혀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살지”하는 것입니다. 나름 그날을 대비해서 점자도 배우고 흰 지팡이 짚는 법도 배우고 했지만 상상도하고 싶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눈앞이 점점 흐려지고 사물이 시야에서 사라져 갈 때,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면서 지금에라도 멈추어 주었으면 하고 기도도 하고 영양식도 먹고 수련도 열심히 했습니다.

선무도 수행과정을 겪으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눈이 더 밝아지기만을 바라고 잘 보는 다른 사람의 눈을 부러워하기만 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약한 시력에 대한 고마움을 전혀 모르고 살았습니다. 지금에서야 어릴 적 나의 시력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릅니다. 지금 내게 주어진 것에 대한 고마움 감사함 더 나아가 지금에 만족하는 삶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무도 수련의 힘입니다.

지금은 비록 앞은 보이지 않지만 나는 선무도를 배웠고 지금 하고 있고 건강한 마음과 건강한 몸이 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나는 지금 많은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받아들이는데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시력은 완전히 잃었지만 얻은 것이 훨씬 많습니다. 선무도 수련의 힘으로 이런 지혜를 얻었습니다. 내게 주어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것이 행복을 주는 길입니다

나이는 먹어가도 몸은 더 활력 있고 근력도 더 좋아지고 체력도 좋아졌습니다. 내 생애 지금이 가장 건강합니다. 30대 후반 선무도를 시작할 시점보다 50대 중반을 바라보는 지금이 다리도 높이 올라가고 점프도 더 높고 몸도 훨씬 유연하며 숨도 덜 찹니다. 이것이 바로 ‘회춘’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과는 비교하지 않습니다. 나의 과거 모습과만 비교해 봅니다. 얼마나 좋아졌는지 놀랄 따름입니다.

아주 대만족입니다. 유연성, 탄력, 근력이 어우러져 승형 동작이 조금씩 잘 되어갈 때마다 참으로 기분이 좋습니다.

선무도를 하기 전의 나의 모습은 악착같이 남보다 잘 하려고 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남을 크게 의식하지 않습니다. 잘 보이려고 애쓰지도 않습니다. 그저 할 만큼 합니다.

대만족입니다. 자유스럽습니다. 내가 원하는 만큼 못한다고 나를 비난하지도 않습니다.

이것이 선무도가 내게 가르쳐 준 것입니다.

20190325제17회 선무도 강남 시연회 사진: 우태윤

20190325제17회 선무도 강남 시연회 사진: 우태윤

20190325제17회 선무도 강남 시연회 사진: 우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