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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도와 삶

작성자
sunmudoland
작성일
2017-06-06 18:29
조회
1403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시기가 있었다. 가장 힘든 것은 마음이었다. 마음 둘 곳이 없었고 혼자 있을 힘도 부족했다. 무언가를 배워야 했다. 집중할 무언가가 필요했고 자존감이 회복되는 것이 우선이었다. 1년이 조금 넘게 선무도를 다니면서 보고 듣고 행하는 것으로 대략적인 개념은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정리해 본적은 없었다. 1단 승단심사를 보기에 앞서 선무도란 무엇인지, 어떤 수련을 하는지, 나에게 선무도란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선무도란 무엇인가?
선무도의 본래 명칭은 ‘불교금강영관’이며 부처님으로부터 2500년을 면면히 이어온 승가의 전통적인 수행법이다. 이를 대중화를 위해 선무도라는 현대 언어감각에 맞는 친숙한 이름으로 바꾸어 불러 불교의 사상과 철학을 바탕으로 한 수행관을 일반인들에게 알리고 있다.
참선 선자는 불타의 가르침을 따라 수행하는 성도, 성불의 길이요, 그 목적은 해탈에 있고 궁극은 열반에 이르는 것이다. 뒤의 무와 도는 방편을 말함으로 정중동의 조화를 통해 신구의 삼밀가지를 이룸이니 그것은 곧 몸과 마음과 호흡의 조화를 성취한 깊고 깊은 금강삼매인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는 현교와 밀교의 두가지 방법이 있다. 현교란 참다운 삶을 위한 지혜의 방편을 설하신 것이고 밀교는 깨달음을 위한 실천적 수행방편을 지도한 것으로 선무도는 근본불교계통의 밀교적인 수행법이라 말할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요가의 삼매를 수행의 근본으로 삼았다고 전해지는데 이 관법의 수행요지는 신구의 삼밀의 조화를 통해 깨달음을 구하고자 하는데 있다. 신구의 삼업이란 몸과 입, 마음을 말하고 선무도를 통해 신구의를 정화하고 조화를 이룸으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

선무도의 불교적 사상과 수행법은 화랑도 정신의 근간이며 수련의 바탕이다. 신라의 화랑도는 불교의 미륵신앙이 그 중심사상으로 호국불교의 원동력이 되었다. 승려들로부터 교학과 무술을 배우며 장래 국가의 재목으로 성장하여 필경에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 원동력이 되었는데 그 시절 사찰이 수도장이며 승려들이 오늘날 교관과 같은 임무를 수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선무도는 골굴사에 총 본원을 두고 국내외 20여개의 지원지부를 개설하여 현대인들에게 전파되고 있다.

선무도는 어떤 수련을 하는가?

(1) 수행관
선무도에 입문한 모든 회원은 일단 수행자이다. 그 사람의 종교가 무엇이든 간에 선무도 수련을 위해 인연을 맺은 이상 본문의 예법과 도덕을 준수해야만 된다. 기본적으로 수련장에서 지도자나 회원 상호간에 인사를 하는 예를 갖춘다. 합장으로 반배를 하는데, 합장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공경을 표시하는 것이며 불교의 모든 예절의 기본이 된다.

선무도는 몸과 마음과 호흡의 조화를 통해서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다. 행, 주, 좌, 와, 어, 묵, 동, 정에 이르는 모든 행에 생각과 행동이 호흡의 조화를 통해 깊고 고요한 선정의 상태를 잃지 않는 것이며 또한 삼매를 현전하여 신,구,의 삼업을 정화하고 나아가 깨달음에 이르는 것이다. 이에 부수적으로 현대인들의 욕망인 건강이나 미용, 무술 등은 이 수행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얻어진다.

(2) 호흡법
부처님께서 호흡에 정신을 집중하는 방법을 통해 심신의 안정을 구하고 나아가 깨달음을 성취하는 비결을 설하셨으니 이 법을 범어로는 아나파나사티라고 한다. 한문으로 번역하여 대안반수의경이라고도 칭한다. 이 수행법의 의미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몸, 마음, 호흡의 조화를 통해 삼매를 이루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아나는 흡식, 파나는 호식, 사티는 정신의 집중을 말한다.
호흡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곧 생명의 본질이다. 들숨과 날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 그 자체가 우주의 진리이며 자연의 생명현상인 것이다. 호흡이 조화로우면 몸에 피로가 쌓이지 않고 진리의 경계에 머물 수 있다. 바른 호흡법은 수행의 지름길이며 곧 도이다. 안반수의의 안-아나 는 생을 의미하고 반-파나 는 소멸을 뜻하며 수의-사티는 마음을 한곳에 집중하여 도의 인연을 만드는 수행의 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흉식호흡이 습관화되어 있기 때문에 호흡의 길이가 짧다. 특히 들이마시는 호흡보다 내쉬는 숨이 짧기 때문에 처음에는 수를 세면서 들숨과 날숨의 비율을 1:1로 하여금 숨의 길이를 측정한다. 이에 일정하게 단련이 되면 안반수의 수식의 특징으로 들숨은 짧고 날숨은 길게 한다. 의도적으로 짧게 들이 쉬는 게 아니라 깊이 들이마시되 들어온 숨을 천천히 더 길게 내뱉는다.

(3) 수련법
선기공. 선이란 실천 수행 속에서 깨달음을 구하는 길이며 기공이란 의지(마음)와 기를 합치하여 기를 모으고 인도하는 공부이다. 기공은 내기공과 외기공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내기공은 명상이나 호흡법을 말하며 외기공은 신체를 단련하고 무술적 기법을 연마하는 것이다. 선기공은 이러한 선과 기공의 조화를 말한다.

동양의학에서는 인체의 에너지 시스템인 기의 상태를 적절하게 다스림으로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회복시켰다. 서양의학에서도 동양의 선과 요가 기공과 같은 전통수행법을 통해 점차적으로 뇌파 등 심신이 안정되어 심리와 생리적 기능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본다.

선체조. 유연공과 오체유법은 선무도의 가장 기초적인 과목으로 본 수련에 앞서 몸을 유연하게 하고 기초체력을 갖추도록 도와준다. 팔 다리 머리 배 등판 등의 다섯부위를 부드럽게 풀어 심신의 긴장을 이완시키고 척추와 골관절을 교정하고 근육의 탄력을 키워주며 체조와 함께 하는 깊은 선호흡으로 전신의 생리적 균형과 심신의 안정을 갖게 해주는 요가적인 명상체조라고 할 수 있다. 이 수련을 하기 앞서 호흡법인 삼토법을 행하는 것이 좋다.

선무도의 수행방법은 앉아서 행하는 좌관과 서서하는 입관과 움직이면서 하는 행관으로 나눌 수 있다. 좌관에는 영정좌관 영동좌관, 입관에는 영동입관 영정입관, 행관에는 영정행관, 영동행관이 있다. 그밖에 삼토법, 심인법, 장지르기, 회공, 발차기 등 다양하고 체계적인 수련법을 갖추고 있으며 몸과 마음 호흡을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좌관법
영정좌관- 부드러운 동작의 호흡과 들숨과 날숨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련. 정기신의 조화를 이루어 삼매를 구하는 수행법.
영동좌관- 기초호흡 수련이 된 수행자가 전수받는 고도의 수행법으로 동작에 따라 기운이 맺히며 호흡이 더욱도 깊어지고 초심자가 따라할 수 없을 만큼 호식과 지식이 한없이 길다.

입관법
영동입관- 골근육을 단련하는 체조. 호랑이 용 원숭이 사슴 곰 거북이 학 등의 7가지 동물의 형태를 본떠서 만든 기공수련법.
영정입관- 영동입관과 대칭되는 정적인 수련법. 부드럽고 느린 동작과 함께 깊은 호흡의 조화를 통해 심신이 이완되고 안정되게 한다.

행관법
영정행관- 정적인 수련 중에서도 가장대표적인 행법. 지대체- 행주좌와어묵동정반공등의 10개의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정행관의 체는 영동행관법의 모체가 된다.
영동행관- 세속무도의 형(품세)에 해당하는 것으로 유연성, 균형, 탄력을 배양시킨다.
1승형 유연성과 균형을 단련하며 동작에 따른 호흡의 조화를 키운다.
2승형 전신의 탄력을 길러서 1승형에서 얻은 유연성과 균형을 조화롭게 동작하여 신체전반의 근력과 탄력을 최대한 발휘한다. 지구력과 함께 호흡을 연마한다.
3승형 호흡의 신비 즉 내공이 없이는 소화해낼 수 없다. 내공이 바탕이 되어 신체동작의 극대화를 성취하는 수행단계. 생각을 따라 몸을 자유롭게 움직인다.
4승형부터 고도의 정신세계의 수련.

선무도의 승형은 무술적인 기법에만 국한되지 않고 무용과 같이 예술적인 표현과도 상통하는 무예이다. 또한 수행의 정신적 이상을 몸으로 표현하는 차원이며 동작으로 표현되는 행동만다라이다.


나에게 선무도란?
선무도 강남지원에 처음 들어왔을 때 향냄새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심신일치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는데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법사님께서 무엇을 위해 왔냐고 여쭤보셨는데 당시에 몸과 마음의 안정을 위해 왔다고 말한 것이 생각난다. 결심을 하고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술을 배우는 것은 부수적인 것이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고 마음먹은 대로 하나하나 행동해 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초기에 법사님께서 동작을 할 때 힘을 빼고 마음을 비우고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뭔가 감동이었다. 어디에서나 잘 해야 했고 열심히 하려고 했다. 그런데 법사님은 다른 말씀을 하셨다. 아직 마음에 힘을 뺀다는 것은 어렵다. 1승형을 할 때 여전히 힘이 들어가 있지만 1년 전에 비해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많이 여유로워졌다. 누군가에게 집착하는 일이 없고 혼자 있을 힘이 길러졌으며 눈치나 의무감으로 모임에 따라간다던지 하지 않는다.

고요함에 대해 말씀 하셨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마음의 고요함. 사실 ‘지금 여기’라던지 호흡을 깊게 하는 것, 선체조 등에서 전공인 연극에서 하는 연기훈련과 비슷하게 느껴진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가장 크게 다르다고 느낀 것이 고요함이다. 연기훈련을 할 때 감정의 극치를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있다. 또한 순간 순간 느껴지는 감정들을 순수하게 잘 드러내는 사람이 연기적으로도 잘 표현 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훈련을 하다 보니 예민해지고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되어 감정기복이 심해졌던 부분이 있었다. 선무도를 통해 연기를 할 때의 나와 실제의 내 모습 사이에 균형을 찾을 수 있다고 느껴졌고 실제로 감정적으로 대하는 일들이 줄어들었다.

수련을 하면서 단순히 동작을 따라 하기 보다 균형 있는 삶에 대해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었다. 발차기를 150개씩 300개를 한 날이 있었다. 그 당시 발차기를 하면서 힘들지만 계속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삶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흔들리고 지치더라도 중심을 잡으면서 지금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선무도를 하면서 유연성과 근력, 균형감각을 기를 수 있는데 처음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균형잡는 것이었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로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균형 감각이었다. 이는 정말로 신기하게도 들어맞았다. 근육에 힘이 너무 없어도 힘을 너무 많이 줘도 균형은 흐트러진다. 호흡을 같이 해야 잘 된다. 요즘에는 유연성과 근력에 부족함을 더 느낀다. 또한 명상은 여전히 나에게 가장 어려운 수련이다. 선무도를 꾸준히 하여 몸을 돌보고 마음을 닦으며 고요하고 편안한 호흡으로 삶이 조화롭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