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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도, 나의 숨

작성자
sunmudoland
작성일
2017-06-06 18:25
조회
1530
선무도는 내게 호흡이다.
호흡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기 때문만이 아니다. 모든 생명체가 살기위해 호흡하듯 나도 살기위해 선무도를 했다.
수련 시작 당시 다친 허리가 계속 몸을 아프게 하고 대학 졸업 후 불안정한 마음에 뭘 할지 막막하고 자신감이 없었다.
하지만 수련을 할 때나 하고나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져서 이걸 해야 내가 나아지겠단 느낌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선무도 수련이 없었다면 아픈 허리는 더 아팠을 것이고 불안정한 마음은 어떻게 갈피를 잡을지 몰라 더 방황했을 것이다.
내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 잘하겠단 욕심 없이 몸을 움직이는 시간, 내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간이 있어서 하루하루 막막하고 두려움이 크게 느껴질 때마다 잘 견뎌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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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도는 흔히 위빠사나라고도 불리는 수행법으로 불교의 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에 전하는 전통수행법이다. 불교의 금강영관(佛敎金剛靈觀)이라고 해서 부처님으로부터 전수되어 인도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왔고 참선의 원류에 해당한다. 선무도는 요가나 명상을 아울러 깨달음을 얻기 위한 관법수행법이다. 한마디로 내 몸과 호흡과 의식과 나아가서 내 영을 바라보는 것이다. 선무도 시작할 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이 내 스스로 내 몸과 호흡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동안 바깥 주위를 살피고 따라가기 바빴던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 없었다. 처음으로 내가 숨을 어떻게 쉬는지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거울 없이 내면의 눈을 통해 보려했고 그것들이 매순간 변하는 게 신기했다. 법사님 말씀대로 일상에서도 순간순간의 호흡과 감정변화, 의식을 알아차리려고 노력했는데 아직 그게 참 어렵다. 다행히 얕았던 호흡은 깊게 호흡하려 애쓰지 않아도 조금씩 깊어지는 것 같다. 관법수행을 하며 좋은 점은 단순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쓸데없는 두려움이 적어진다. 내 미래나 과거를 생각하느라 복잡했던 머릿속이 지금 이 순간을 느끼는 데에 집중되고 나와 내 상황을 타자의 눈으로 바라보면 화나거나 무섭거나 힘든 일이 남의 일처럼 조금 멀게 느껴져서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아직 평정심을 찾는 게 어려울 때가 많지만 호흡을 바라본 다는 것은 불편한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하나의 무기인 것 같다.


선요가, 즉 오체유법은 팔, 다리, 머리, 배, 등판 다섯 부위를 해부생리학적 구조와 기능에 바탕을 두고 부드럽게 풀어 긴장을 이완시키고 척추와 사지(四肢)의 운동을 통해 골, 관절을 고정하고 근육의 탄력을 키워준다. 깊은 호흡과 요가적인 동작을 하며 심신의 균형과 안정을 갖게 해주는 명상체조이다. 동작은 펴기, 두드리기, 늘려 벌리기, 맛사지 등으로 관절과 근육 신경조직을 이완 유화시키며 한가지 자세를 여러번 반복하면 효과를 증대할 수가 있다. 대학시절부터 요가동작이나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오체육법은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제일 안되는 것은 무릎을 펴서 모으고 상체를 숙이는 동작으로 발가락을 앞으로 미느냐 당기느냐에 따라 아픈 부위가 달랐다. 슬괵근과 골반, 엉덩이 근육이 많이 뭉쳐있어서 다른 동작보다 더 신경써서 풀어줬다. 골반이 유연해지며 아픈 허리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며칠 동안 안하면 뻣뻣해지고 왼쪽 몸이 불편해진다. 선요가는 호흡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몸에 주는 타격이 다른 것 같다. 덜 아프려고 살살하면 호흡도 얕아지며 몸이 잘 안 풀린다. 한 동작을 10초 이상 깊게 호흡하며 아픔을 인내해야 동작 후에 달라진 것을 느낀다. 선기공이나 선무술 전에 하는 오체유법은 내 몸을 쓰기 전에 살피고 바르게 정렬하는 시간이기에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법사님이 오체유법 2를 만들어서 하는데 더 어렵지만 자극되는 부위가 달라 더 좋다.

선체조(유연공)는 총 18동작으로 이루어진 선무도의 기초수련과목으로 발가락에서부터 몸의 모든 부위를 움직이며 단편적인 일상생활로 인한 몸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수련이다. 몸의 유연성과 탄력, 균형을 조화롭게 잡을 수 있다. 오체유법이 느리고 부드럽게 몸을 연다면 유연공은 근육하나하나에 힘을 주고 열을 가하는 동작들이 많다. 평상시에 쓸 일이 거의 없던 발가락이라든지 하복부라든지 몸의 부위 부위를 반복적으로 단련을 해준다. 내게 제일 좋은 동작은 등 구르기 이다. 단순하지만 척추 하나하나 느끼고 저절로 풀린다. 내장들을 자극해 하고나면 소화가 되는 느낌도 든다.

선기공은 좌관, 입관, 행관으로 나뉘어있으며 정신세계의 정려와 신체내부의 기를 움직이는 명상이자 호흡법인 내기공에 해당한다. 부드럽고 느린 호흡으로 동작이 진행되고 심신이 안정되고 이완된 상태에서 내면의 길을 찾을 수 있게 한다. 선기공의 지대체는 행,주,좌,와,어,묵,동,정,반,공 10가지로 나는 행, 주, 좌, 와 까지 배웠다. 호흡을 내쉬고 멈추고 들이마쉬며 동작을 진행하는데 땀을 뻘뻘 흘리고 난 뒤 하면 더 몸의 이완이 잘 되며 정신까지 고요해진다. 호흡을 천천히 하는 것만으로도 어렵고 신경이 쓰이지만 때때로 집중하면 내 호흡과 내면은 텅 비고 오직 내 몸만이 존재하여 움직이는 것같이 느껴진다.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호흡하기 제일 불편한 것은 좌이고 동작하나하나가 완벽하게 느껴지는 것은 와이다. 처음엔 지식을 하는 것이 답답하고 빨리 숨을 내뱉고 싶었는데 지금은 지식할 때 내 몸이 팽팽히 깨어나고 편안하다. 보통 나는 눈을 감고 지대체를 해야 집중이 잘되는데 반쯤 눈을 감고 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선기공의 영정입관은 이완된 자세에서 깊게 호흡하며 부드럽고 느리게 하는 12가지 동작이다. 지대체와 비슷하지만 더 까다롭게 느껴진다. 선기공의 영동입관은 호랑이 용 사슴 원숭이 곰 거북이 학 7가지 동물의 형태를 보고 만든 것으로 골관절과 근육을 단련하고 내장기능을 강화한다. 들이 마쉬고 지식하고 내쉬는 호흡과 동작으로 척추의 중추신경계를 발달하고 몸의 기운을 원활하게 한다. 영동입관은 동물의 형태를 본 따서인지 하면서도 재미있다. 발가락으로만 몸을 지탱하고 척추를 뒤틀면서 근육이 타는 것처럼 자극 되는데 짧은 시간에 땀이 흐르고 호흡이 가빠진다. 지식을 할 때 괄약근을 조이고 몸의 힘 줄 때가 힘들면서도 하고나면 시원하다. 영정좌관은 17가지 동작으로 전신을 이완하고 느리게 호흡하며 행해진다. 주로 수련을 마무리하며 했는데 때로는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고 바랄정도로 모든 게 만족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지게 한다. 혹은 아주 깊고 무겁게 진행될 때도 있는데 왠지모를 기운이 손끝에서 느껴지기도 한다.

선무술은 영동행관이라 하여 동적인 수행법으로 권법을 중심으로 수련함으로서 유연성, 균형, 탄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내가 배운 1 승형은 유연성과 균형을 단련하며 동작에 따른 호흡의 조화를 키운다. 요즘 가장 열심히 하고 있는 수련이다. 왜냐하면 그 전과 전혀 다른 기준으로 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엔 내 호흡을 천천히 고르며 몸으로 동작을 만들어내기만 했다. 선무도를 하며 건강을 챙기자 란 최소한의 욕심만 있었기에 무술을 잘하고잔 마음이 없었고 동작 할 때 힘이 없단 얘길 들어도 크게 자극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춤처럼 혼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공격에 따라 방어하고 공격하는 동작들이라는 것을 배우며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 내 팔이 뻗어지는 것은 혼자 내지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가격하기 위함이고 무릎을 치켜드는 것은 상대방의 공격에서 체간을 방어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인지하자 적극적으로 외부를 바라보고 힘을 써서 동작을 했다. 내 내면을 바라보고 신체의 기운을 따라 움직이는 지대체와 달리, 가상의 상대의 움직임에 내 동작이 맞춰지는 것이다. 힘이 들어가니 호흡이 가빠져서 하고나면 숨이 차고 땀이 저절로 흐른다. 법사님은 고요하게 호흡하면서도 동작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법사님이 시범으로 동작을 하실 때 움직임이 아주 크고 명확하며 무게중심이 달라지는 게 보인다. 기운이 온 몸을 감싸고 있는 것 같다. 아직 한 다리로 균형을 잡고 360도 돌거나 다리 하나 들기도 어렵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임하니 그 매력을 새삼 느끼고 있다.

선무도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명상인데 명상이란 잡념을 떨치고 한 곳에 집중하는 훈련의 과정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맑게 하며, 마음을 바라보고 영원의 상태, 깨달음의 상태(해탈)가 되는 것이 궁극의 목표이다. 명상을 할 땐 생각을 멈춰야 한다고 하는데 그 생각을 멈추기가 어렵다. 내가 생각을 멈췄나 라고 생각이 들고 당장 내일 해야 할 일이 떠오르고 호흡을 깊게 해야지란 사념도 든다. 내 호흡에만 집중하려하면 어느새 어깨가 무겁고 몸이 나른해져 잠들기도 한다. 선무도를 하며 제일 발전이 더딘 것이 명상이다. 그 단계를 가늠할 수 없고 누가 알려줄 수도 없거니와 내가 정말 명상을 한 건지 알 수 없다. 다만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다 명상이 끝나고 눈을 뜨면 미세하게나마 그 전과 세계가 다르게 보인다. 좀 더 가볍고 몽롱하고 편안하다. 때때로 우주에 홀로 있는 내가 그려지는데 나는 아주 작은 존재이고 내 스스로가 주인이기보다 큰 흐름 안에 존재한다고 느껴진다. 명상을 하고 잠시 동안 많은 것을 멈추려 할수록 내 자신에 믿음이 간다. 내가 여기 존재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러우며 내가 무슨 일을 하든 그 것을 해내는 것 또한 아주 당연하게 느껴진다. 작은 믿음이고 작은 변화지만 분명 내 어설픈 명상을 통한 변화임이 틀림없다.

그 외에, 육로는 1단 두문형과 2단 중절형까지 배웠고 장지르기, 장족 앞차기, 장족 옆차기 등을 요일별로 훈련했다. 삼토식은 좌선 전에 심신을 이완하는 일련의 과정이고 심인법은 입관과 행관 수련을 시작하거나 끝낼 때 호흡, 몸, 마음을 한 데로 모아 정리하는 운동이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심인법을 하지 않고 내가 이 동작을 시작한다, ‘내가 이 동작을 마무리 한다’라는 의식을 갖고 하면 호흡과 신경을 안정시키는 데에 아주 좋다. 단순한 동작이지만 그만큼 정성을 다해 몸과 마음을 모으는 것이다.

수련 후 법사님이 해주시는 말씀들 또한 내게 아주 좋은 길잡이가 되었다. 하루하루 일상을 성실히 살다보면 먼지처럼 쌓여 나중엔 큰 내공이 될 것이다는 말씀과 때가 되면 내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지니 조급해 하지 말라던 말씀, 지금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내 앞에 앉은 상대방이라는 말씀, 지칠 때일수록 무심하게 전진하면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말씀 등 많이 있지만 요즘 내게 힘이 되는 것은 내가 선택한 행동으로 인한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씀이다. 나는 늘 괴로움, 슬픔, 분노, 외로움을 느끼는 게 싫어서 어떻게든 피하거나 잊으려고만 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이 늘 나를 더 작아지게 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을 명심하고 이젠 힘든 감정도, 다른 사람과의 갈등도 정면으로 부딪혀보려 한다. 분명 날 더 성숙하게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선무도는 단순히 몸 뿐만 아니라 내 마인드, 나아가 내 삶의 방식을 변화시켰다. 한 모금의 호흡이 나를 살게 하듯 선무도를 통한 작은 변화들이 앞으로의 내 삶을 풍요롭게 살리는 길이라 생각한다.